[GN뉴스=경기도]기고문
부끄러웠던 그 날.
초등학교 4,5학년 무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끄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책임감이 무엇인지 깊이 깨닫고 각인하게 된 일이 있었던 날입니다. 고향 마을은 큰 냇물이 바로 옆으로 흐르는 곳입니다.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난 어느 여름 날 냇가에서 낚시를 하는 동네 형을 만났습니다.
잠시 후 형은 집에 좀 다녀와야겠노라고 저에게 낚싯대를 넘겨주고 갔습니다.
물끄러미 찌를 바라보고 있다가 지금 위치보다 물고기가 더 잘 낚일 것 같은 곳으로 장소를 이동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옮겨 폭이 좁은 곳으로 가서 낚시를 던졌는데 그만 낚싯줄이 건너편 바위의 넝쿨에 걸려 빠지지를 않게 되었습니다.
한 참을 씨름했지만 낚싯줄을 빼는데 실패하고 걱정이 앞서게 되었습니다. 동네 형이 돌아와서 낚시 줄 걸린 것을 타박하면 어쩌나…….
그 때 저의 선택은 낚싯대를 놓아두고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형과 마주칠까봐 정신없이 달려서 집으로 돌아와버렸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곤란한 상황을 피했다는 안도는 사라지고 이제 그 형과 마주칠 일이 더 걱정이었습니다. 다시 안 볼 사람도 아니고 한 동네 사는지라 언제고 마주 칠 것인데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것이 부끄러운 것이구나...
차라리 그 자리에서 낚싯줄이 걸린 걸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이러지 않을 텐데 하는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지만 이제 와서 형을 찾아갈 용기도 없어서 피해 다니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비참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마주친 동네 형은 낚싯줄에 관하여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과 마찬가지로 저를 대하였습니다. 그러자 저는 더 부끄러워져 어쩔 줄을 모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꽤 지나서야 그 형에게 낚싯줄 일에 관하여 사과를 했습니다. 동네 형은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가슴에는 두고두고 그 일이 교훈으로 남았습니다.
용기가 무엇인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책임감이 무엇인지…….
도망가지 말아야 합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마주하고 용기를 내야 자유롭게 됩니다.
글, 사진 정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