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1-14(수)
 
  • 국경에서 이념까지, 누가 안으로 들어오고 누가 배제되는가 — 경계가 만들어내는 폭력과 세대 간 비극을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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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통해 본 경계와 배제의 정치

 

 

1. 국경은 누구를 막는가.

국가는 경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그 경계는 지리적일 수도 있고, 법적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문화적·이념적 기준에 따라 설정된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tfer Another)는 이러한 경계의 정치성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민자와 난민을 둘러싼 국가의 태도는 누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권력과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다.

 

영화는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에 있는 이민자 구금시설을 급습하는 프렌치75’의 액션으로 시작한다. 이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국경은 단순히 두 나라를 나누는 지리적 선이 아님을 보여준다. 구금된 이민자들은 이미 미국 영토 안에 있지만, 여전히 밖의 존재로 취급된다. 이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예외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법의 테두리안에 있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존재들. 그들은 국경을 넘었지만 여전히 경계 바깥에 머문다. 이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국가는 무제한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구금된 이민자들이 처한 예외상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벌인 이민정책의 폭력성, 타국에 대한 폭력적 권력행사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 권력이 우리그들을 구분하고, 특정 집단을 비인간적인 존재로 낙인찍어 배제하는 폭력적인 정치의 장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록조 대령(숀펜 분)으로 대표되는 국가 시스템은 이 경계선을 통해 안보라는 명분 아래 이민자들을 통제하고 억압한다. 영화 속 프렌치75’의 혁명은 이 배제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었지만, 그 방식 역시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점에서 경계가 만들어낸 갈등의 악순환을 표현했다.

 

2.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존재, 퍼피디아의 저항

주인공 퍼피디아는 프렌치75라는 급진적인 단체의 핵심 인물로, 체제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그녀는 미국 시민이지만, 자유라는 기치를 들고 국가의 이념과 충돌하는 순간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녀의 행동은 범죄로 규정되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경계가 국적이나 출생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념적 경계를 넘는 순간 시민조차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퍼피디아는 국가가 받아들이지 않는 자의 상징이다.

 

3. 록조 대령과 제도적 경계

록조 대령은 퍼피디아를 과거에 가르쳤다라고 말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복잡한 개인사가 있다. 록조는 퍼피디아에게 집착적 감정을 품었다. 그녀에게 남자친구(밥 퍼거슨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있었음에도, 록조는 그녀와 관계를 맺었고 자식까지 낳았다. 하지만 그는 국가 권력의 대리자로서 그녀를 탄압하는 역할을 수행 한다. 결국 그녀를 체포하고, 과거를 지우기 위해 그 자식마저 죽이려 한다.

이 설정이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여기에는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있다.

국가권력은 개인의 이념이나 윤리보다 제도적 질서를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록조 대령에게 퍼피디아는 한때 사랑했을지 모르는 개인이 아니라, 체제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일 뿐이다. 그가 자신의 과거를 지우려는 행위는 국가가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은폐했던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4.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 이념.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중심 갈등은 극좌 혁명조직 프렌치75’와 록조 대령의 극우 세력이라는 양극단의 이념적 대립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각자의 신념이라는 견고한 경계선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상대를 절멸시켜야 할 으로 규정한다. 이들에게 대화나 타협의 여지는 없다. 오직 하나의 전투가 끝난 뒤 또 다른 전투’(One Battle after another)가 있을 뿐이다.

영화는 이처럼 타협 없는 이념의 경계가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혁명을 부르짖던 프렌치75’는 내부의 배신과 외부의 탄압으로 와해되고, 조직원들은 역사의 패배자로 남아 무력감에 시달린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밥 퍼거슨이 그렇다.

반면, 체제수호의 신념을 가졌던 록조 대령은 권력욕과 편집증에 사로잡혀 자신의 핏줄마저 위협하는 괴물이 된다. 극단적인 이념은 결국 외부의 적이 아닌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감옥이었던 것이다.

 

5. 부모 세대가 그어놓은 경계선, 비극으로 맞이하는 다음 세대

퍼피디아의 딸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는 이 모든 비극의 결과물이다. 부모 세대가 그어놓은 경계선이 만들어낸 비극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다음 세대를 상징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과잉보호와 편집증 속에서 성장했고, 만나본 적 없는 엄마의 과격한 이상과 아버지 세대의 실패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윌라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부모세대가 가졌던 거창하고도 잘못된 신념들이 다음 세대의 삶을 어떻게 옥죄고 파괴하는 지를 처절하게 보게 된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경계가 단지 지리적 선이 아니라, 인간을 분류하고 배제하는 권력의 매커니즘임을 보여준다. 국경은 이민자를 막고, 이념은 시민을 배제하고 나누며, 세대 간 경계는 미래를 위협한다. 영화의 엔딩장면은 이렇다. 다음세대의 상징인 윌라가 다시 혁명전투에 불려나가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가 제기하는 질문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유효하다. 국가는 어떤 인간을 받아들이는가?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타인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과연 정당한가?

이념적 양극단이 모두 실패하는 모습은 경계 자체를 재사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전투의 수렁에 빠질 것이다.

 

김진곤프로필450.jpg 

영화감독/칼럼니스트 김진곤 기자 gn_network@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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