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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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뉴스=경기도]


도시락


 특별한 인연으로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는 지인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와의 인연으로 지금은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되어 주시고 저는 사위로 챙겨 주시지만 그렇다고 장모는 아닙니다. 명절 때마다 한 번씩은 꼭 찾아뵙고 아이들도 인사를 드리는데 이번 설에도 잠깐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음악 학원을 운영하시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시는데 최근 몇 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노숙인들을 위한 도시락 봉사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일인데 한 번은 할 수 있다지만 매일 두 번씩 도시락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밥만 담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을 반찬과 국물까지 모두 만들어야 하는데 식당이 따로 있지도 않고 그 모든 것을 집에서 하나 하나 만들고 담아서 200명분의 도시락을 만듭니다. 그 모든 일을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들과 함께 둘이서 감당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일을 지속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돕는 손길들이 늘어나고 그 덕분에필요할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는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노숙인들과 신뢰가 생겨서 도시락 제공할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도 기다렸다가 받아가고, 오히려 노숙인이 얼마 안되는 작은 양이지만 반찬거리를 만들 재료를 사서 주기도 하고 자기 가진 돈의 얼마를 내놓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저녁 시간에는 다른 약속을 할 여유가 없다며 음식 솜씨가 없음에도 지금은 용감하게 밥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분이 사는 세상은 뭇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계시는 듯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사는 일에 바빠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반성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신혼이던 어느 날 선물을 한 자루 준비해서 아무도 없는 밤에 가난한 동네를 찾아가 그 중 아이가 있는 집에 몰래 넣어놓고 들킬까봐 도망치듯 돌아오던 일이 생각납니다. 사랑은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는 것이지만 받는 사랑보다 줄 때 오히려 더 많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작은 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받은 

사랑보다 한 뼘씩만 더 주는 사랑의 행복을 누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봄이 가까우니 추위가 더 기세를 떨치는가 봅니다. 그만큼 봄은 벌써 오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따뜻한 바람과 흙냄새가 올라오는 어느 봄날을 기다립니다.

 

 

글과 사진.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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