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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편집 2024-05-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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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 NESW=경기도]정향=기고문

 

눈 속에서 그리는 봄.

 

눈에 덮여 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해진 사과밭 귀퉁이에 보란 듯이 고개를 내밀고 서 있는 녹색 이파리가 눈길을 잡아끕니다. 이렇게 찬 바람 불어가고 난 후 머리 위로 내려오는 따뜻한 햇살이 처마 끝을 타고 녹아 물로 떨어질 때 아직 멀리 서 있는 아지랑이 봄 냄새를 떠올렸습니다.

 

진하게 올라오는 흙냄새와 어디에 숨어있었던 것인지 손톱만큼 작고 보드라운 새 이파리들이 흑백사진 같은 마른 풀 사이로 고개를 들어 올릴 무렵에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 냄새까지.

 

해가 바뀌고 달력이 새날을 시작하는 오늘은 한껏 큰 숨을 쉬어봅니다. 가야 할 긴 여정을 앞두고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없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처음이 되고 남겨질 흔적이겠기에 조금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문득 첫날이 겨울 한 가운데여서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번 더 눈이 내리고 온 세상을 덮어 지나간 흔적들을 지워줄 테니까요. 모두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기적은 바라고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하지요. 소박한 한 걸음으로 오늘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스치듯 지나가는 소중한 보물을 하나, 둘 발견하며 지나가는 어느 날 그 기적 같은 행복과 마주하는 순간이 오기를 꿈꾸어 봅니다.

 

 

, 사진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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